추천] [넷플릭스 영화]

<철저하게 오브젝트화된 성별, 여성>

색감이 예쁜 영화 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를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가장 따뜻한 블루,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줄지어 있는 영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들어봤을 것이다. ‘Her’ 감각적인 포스터일수록 색감이 독특한 이 영화는 영화 내내 비누칠 같은 영상미를 자랑한다. 영화의 주제인 AI와의 사랑처럼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인 묘한 분위기가 영상에도 잘 담겨 있다.

그녀, 그녀, 그녀… 왜 이 영화의 제목은 “그녀”일까? 극중 주인공 이름도 AI 이름도 아닌 그녀일까?과연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AI가 특별하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일까?

주인공 티오도르는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던 중 여성 AI를 만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AI인 사만다에게 호감을 느끼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과연 AI와의 사랑은 순탄할까. 티오도르와 사만다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한여름 밤의 꿈같은 이 순간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AI는 어떤 순간도 주인공을 사랑한 적이 없다. 영화에 나오는 완벽한 엄마 게임에 주목하자. 게임 속 엄마는 아이들을 사랑해서 그들에게 요리를 해주고 집안을 청소했을까. 아니. 다만 그게 ‘적절한 행동’이라고 프로그래밍됐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다. 자신이 도와야 할 치오도르의 욕구를 거절하는 게 ‘부적절한 행동’이었기에 사만다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

여성이라는 성별에 지정된 AI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남성이 원하는 여성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당신은 항상 내가 그런 아내이길 바랬다. 밝고, 행복하고, 활기찬 아내.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죠. 서로 맞추기보다 순종적인 아내이기를 바랐다. 이제야 좋은 상대를 만난 것 같네.

위의 세 줄은 주인공의 전처가 한 대사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과연 주인공 티오도르는 사만다를 사랑해 본 적이 있을까. 처음에 티오도르는 사만다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과 친밀감이 생겨난 뒤에도 그는 사만다를 인격체로 봐주지 않는다. 게임 속 무례한 성격의 캐릭터가 여성혐오적 발언을 해도 그는 사만다의 마음을 걱정하는 것보다 웃어넘긴다. 그렇다면 왜 티오돌은 사만다를 사랑한다는 착각을 갖게 되었을까.

로맨스는 현실 여성과의 소개팅 이후 시작됐다. 현실 여성과의 섹스에는 책임감과 감정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다. 여성에게 허용되는 범위의 행동만 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더구나 그녀는 켜놓을 수도 있다. 외로움을 느낄 때 그녀를 키우고 귀찮을 때 지울 수 있다. 전처처럼 화를 내지도 우울하지도 않기 때문에 기분을 맞출 필요도 없다.

모두가 적인 이 세상에서 그녀는 내가 곧 세상의 전부이며, 누구도 ‘내가 만든’ 우리의 우주로 들어갈 수 없다. 그야말로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너는 내 거야? 아니야?” 이별 통보를 받은 뒤 주인공이 내뱉는 이 대사가 두 사람의 관계에 사랑이 없었음을 증명한다. 그는 단지 여성 역할을 하는 어떤 소유물에 병적 집착을 가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여자 친구 에이미와 연인 관계가 될 것임을 암시한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여성의 역할을 수행해주는 누구나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Her’ 결론적으로 티오도르가 사랑한 것은 사만다가 아니라 객체화된 여성 그 자체였던 것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것이 용서될까? 그 답을 스스로 얻으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도 시원하니까 연애세포가 활성화되는 이 시기에 자신이 정의하는 사랑을 찾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Her’를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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