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아침형 인간이었어.일찍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져서 생각하기 쉬워진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대학에 가서도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 위해 오전 3~4시에 일어나는 일도 흔했다.하지만 취업해 십여 년을 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일어나는 일과 먼 삶을 살고 있다.감기 기운이 있는지 오늘은 문득 새벽에 눈을 떠 더 자려고 했는데 그냥 일어났다.혼자 있으면 사진과 글에 할애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지만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그보다 다른 곳에 가치를 두거나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 아닌 이상 우선순위가 떨어지기도 한다.가을이 되는 새벽, 방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오늘은 오랜만에 좋은 컨디션으로 글을 써본다. BMW M3 E46 낡은 것에 대한 단상
젤라웍스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주로 반복적인 업무를 하게 된다.차량은 다양하지만 정비대행, 구매대행, 판매대행, 컨설팅..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이니까. 그런데 가끔은 그런 업무 속에서 사심을 건드리는 자동차가 툭 튀어나온다.나름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끔 욕심내서 내가 사기도 한다.(차를 하는 사람들은 차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후후) 이런 게 없으면 스스로 차를 좋아해서 사업을 시작한 초심을 잊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스친다.물론 10년 전보다 차를 좋아하던 열정은 줄었지만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그냥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마음 내키는 대로 놔두는 정도야. 마치 관성처럼.
BMW M3 E46모델은 15년 전에 내가 열렬하게 좋아하던 스포츠 카이다.수입 차에 눈을 뜨고 골프 GTI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글에서 배우던 시절에 운 좋은 차에 정통한 지인이 M3를 운전했다.어느 여름 밤 그가 몰던 조수석에 앉아 량창을 벌린 채 드라이빙을 한 적이 있지만 BMW의 실키 식스 엔진 사운드, 시트를 통해서 전해지는 진동, 고 rpm에서 변속마다 독특한 충격을 주는 SMG미션, 작은 차체에서 나오는 경쾌함 등 운전 잘하는 사람이 타는 스포츠 카를 타게 된 이 경험이 지금의 내 관점에 큰 영향을 주었다.허세를 부리고 타는 스포츠 카가 아니라 차 자체를 즐기는 그 순수함을 배운 것이다.지금도 저는 고객에 제가 좋아하는 차를 추천할 때 즐거운 표정이 나온다.여전히 그때의 추억을 그대로 가진 채 가끔이지만 일을 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준다.^^
시기적으로 E46 M3는 이미 모던 클래식카(영타이머)로 구분해야 한다.M3 모델로는 3세대에 해당하는 E46은 2000~2006년 사이 생산됐기 때문에 초기형으로 치면 이미 23년 전이다.E46 후기형으로 e92M3(2007-2013); 1년간 소중히 여기며 타고 있던 데칼 모델(아래 사진).에 이어 F80M3 모델(2014-2019)에 이어 G80M3가 현행 모델이다.위 사진 속 F80 M3와 E46 M3 모델의 연식 차이가 무려 14년이다.다르게 생겼지만 누가 봐도 둘은 가족처럼 닮았다.이러한 헤리티지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고 차를 통해 조금이나마 자유를 얻고 즐길 수 있다.
2017년에 만난 최상의 컨디션 E92 M3.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 차는 완벽한 컨디션으로 잘 살고 있다고 믿는다.^^돌아와서 고객들이 중고차 구매 의뢰를 하려고 컨설팅을 할 때 흔히 있는 일이지만 차에 대해 잘 모를 정도로 보이는 것, 가격. 연식 색상 등에 의존한다. 당연하다. 보통 나도 그런 스펙과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경계선을 넘은 정보로 차를 구입하곤 하는데 아주 가끔 그런 스펙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영역을 만난다.오늘날의 e46 M3 모델이 그런 영역이 있는 차량이다.
이미 20년 정도 된 이 차는 많은 오너를 거쳐 현재 내 고객에게 와 있다.재미있는 것은 이 차를 소유하고 있던 오너의 성향이다.모두 어떻게든 더 본래의 모습으로 소유하려고 ‘애정’을 듬뿍 담아 시간과 돈을 써왔다는 것.완전 복원 개념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돈을 쓰면서 정비 및 차량 내외관 모습을 깊이 다듬고 다듬었다.물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지가 더 남아있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그 완벽의 영역에 거의 90% 가까이 근접하지 않았나 싶다.
일단 외장 컬러가 원래 화이트였지만 현재 미스틱 블루 메탈릭 컬러로 올도색으로 되어 있다.구석구석 살펴보면 도어 힌지, 엔진룸 등 꼼꼼하게 도색이 좋고 퀄리티가 좋다.그리고 보다시피 실내도 코냑 컬러의 나파 가죽으로 완전히 바꿨다. 도어트림, 앞뒤 시트 모두 블루와 코냑의 조합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진리 그 자체.^^
과거 독일차의 특징 중 하나인 플라스틱 및 고무 재질의 손상도 매우 적거나 복원되고 있다.얼마 전 포르쉐 911 차량(2013년식)의 실내를 복원하면서 느낀 점인데 복원해야 한다는 한 지점이 있다. 불편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 사용감이 있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기도 하다는 얘기. 완벽하게 다 새것처럼 바꿔버리면 그게 또 옛날 그 느낌이 아니라서 이상할 수도 있다.따라서 복원은 그 방향을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차량의 매력은 실내만 아니라 외관으로도 다시 나타난다.E46시대, 경량화 버전으로 발매한 M3 CSL처럼 바로 순정의 느낌을 주는 영역을 튜닝해서 놓았다.보시다시피, BBS제 CSL호일(순수하다), 프런트 카본 립스틱, 리어 트렁크 및 디퓨저 카본(아래 사진)등 매우 적절한 포인트 정도에서 CSL스타일로 바꾸고 있다.물론 브렝보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한 것 같다.실제로 CSL모델은 카본 루프(지금이 시작이다!), 카본 바디 패널, 가볍게 잔과 트렁크, M트럭 모드 단추 등으로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고 BMW M디비전이 작심하고 만든 작품의 하나이다.^^색깔도 회색과 블랙에서만 발매하였으므로 실제로는 국내에 몇대 출하되지 않고, 매우 드문 차량이다.그러니까..이 차량은 마니아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조합의 차량이다.
일반 M3 모델과는 다른 높이 솟아 있는 저 트렁크는 CSL만의 룩이어서 특별하다.아마 외장 올 도색을 진행하면서 함께 생각한 것 같다.배기 시스템의 엔드는 이탈리아산 슈퍼 스프린트이고 흡기는 그룹 M램 에어 시스템을 해놓은 것도 그때의 추억. 모두 최고의 튜닝 파츠로 약간의 출력 상승과 함께 순정의 퀄리티를 해치지 않는다.
이렇게 잘 다듬어 놓은 E46 M3를 소유하고 가끔 드라이빙을 하는 것은 단순히 스펙처럼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오너가 아닌 나에게도 몇 장의 사진만으로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풀 수 있고 BMW M의 헤리티지를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나아가 enthusiast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단순히 오래된 것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영롱하다.모던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어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제라instagram @zera_sh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