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과의 만남 #027 서점

[사진 촬영 및 제공 = 승모키 킹] 하나의 세계를 향해 던지는 질문은 마치 잔잔한 호수를 향해 던지는 돌멩이 같다. 작은 파도를 낳고 결국 큰 파문을 일으키는 돌멩이처럼 질문은 세상에 대한 작은 의심을 싹트게 하며 세계를 변화시키고 움직인다. 스스로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어떤 대상의 본질을 알기 위해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질문을 던지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을 더 잘 증명하듯, 때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깨닫게 해준다. 그를 통해 나를, 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단초를 제공해 준다.

당신이 쏘아올린 따뜻한 질문은 우리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 줄거라 믿습니다.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인공위성은 이 질문의 힘으로 사람들을 응원하고자 하는 독립서점이다. 질문 서점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사람들이 책과 함께 질문을 기부하게 하고 질문을 다른 사람과 상의한다. 질문을 쏘아 올리는 발사대이자 주민들에게 동네 서점으로 다가가려는 이 작은 서점을 알아보기 위해 눈이 내리는 1월 말 구로동을 찾았다.

[사진촬영 및 제공=순모킹] #. 서점 인공위성

서점의 인공위성은 어떻게 시작된 공간이죠?

  • 저희 서점 바로 옆에 보시면 ‘일크(2Look)’라는 이름의 건축설계실이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성업에서는 건축주 분들의 이야기를 건축을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전달하고 실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근데 그게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만날 수 있는 사람의 한계도 있고, 대화의 한계도 있습니다. 서점을 열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약 1년간의 준비 시간을 거쳐 서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 달성 구호는 “We support your thoughts” 라고 합니다 네 생각을 응원하다 라는 뜻이에요. 그 가치는 서점의 인공위성에도 그대로 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이야기가담긴질문을서점에두고,이공간을통해서또다른질문이파생할수있도록하고싶은생각에서시작된것입니다.
  • 서점 인공위성, 질문서점이라는 이름이 참 특이해요. 정확히 무슨 뜻이에요?
  • 이야기의 시작은 대한민국은 지식은 많지만 질문은 없는 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답이 없다고 한탄하는 젊은이들이 질문을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다른 내일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그 청춘은, 확실히 서점의 인공위성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질문을 쏘아 올리자!, 그러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인공위성처럼 우리 곁에 질문이 겉돌면서 옆에 있을 수 있는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 결과, 질문 서점 「인공위성」이 탄생했습니다.
  • 누군가에게 중요한 질문을 한 책을 기부하는 형태를 「질문을 발사한다」라고 표현하게 되어, 그런 질문들이 모여 「질문 지점」이 되어, 그 질문을 우리 곁에 따뜻하게 공전 하는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과장되게 보일 수도 있지만(웃음) 그 질문들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 질문을 쏘아 올리기 위해 서점의 인공위성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서점의 인공위성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 수시로 하는 일은 책과 질문의 기부를 받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부해주신 분과 인터뷰를 통해서 이 인터뷰 내용과 책을 함께 리패키징하고 있습니다. 리패키징이란 책의 이름과 저자를 구별해 기부자의 질문이나 재해석된 해시태그로 책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책과사람을연결하는새로운방식인거죠. 책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인공위성 주파수라고 할까요? (웃음) 그것 말고도 올해부터는 독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질문이 공전하는 시간’이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입니다. 저희가매달한권씩질문이담긴책을골라서판매하는데그중한권을골라서독서모임에서같이읽고있어요.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파생하고 이야기가 더 많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질문을 쏘아 올린다는 것과 책 그리고 서점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가 결합된다는 것이 매우 신기합니다. 우리가 질문을 서로 공유할 때는 책을 매개하지 않아도 되고, 서점이나 책도 질문 없이 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세가지가 어떻게 결합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질문을 쏘아 올린다.’와 ‘서점’은 앞에서 이야기 했으니까 ‘책’에 대해서 부연 해 볼게요. 책을 정말 안 읽는 사람도 만화 한 권은 읽을 수 있고, 잡지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만큼 책은 생활에 깊이 빠져있는 법이죠. 거기에서 나아가서 모든 책들이 질문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질문이 없는 상태에서 책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뭔가 답을 찾고 싶을 때 책을 보게 됩니다. 자신만의 답을 찾기도 하고 다른 질문을 얻기도 합니다. 그래서 셋은 전혀 생소한 조합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대한민국에있는독립서점,동네서점중에서질문서점이라는제목을붙인서점은없습니다.

[화보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살짝만 소개해주실래요?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만 소개해드리자면

[화보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그리스인의 조르바>라는 책입니다 기부하신 분의 손때가 그대로 남아 있는 책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기부하신 분의 질문이 적혀 있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기준이 궁금했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오픈을 했을 때 ‘우리 서점다운 게 뭘까?’ 라고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이 ‘나다운 것’에 대해서 묻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어요 책을 넘겨보면 책을 기부해 주신 분과의 인터뷰를 볼 수 있고, ‘나다운 것’에 대해서 고민한 과정도 나와 있습니다.

[화보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그다음에 대표님이 기부하신 책이에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제목의 책이고, ‘우리 잘 걸어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박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였습니다.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여러모로 암흑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게 ‘달빛’이 아닐까 싶어서 혼자가 아닌 ‘우리’가 걷고 있는지 점검해보면 좋을까 해서 선정하게 됐습니다.

기부된 책, 판매된 책을 모두 표지가 보이지 않게 새로 포장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일종의 블라인드북이네요. 저희는 이렇게 포장한 책을 ‘해시태그북’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다들 책을 좀 편견 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혹시 표지가 그런 편견을 낳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간결하고 직접 해시태그로 책을 표현하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을 더 구하기 위한 의도로 이러한 포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럼 표지에 적혀 있는 질문이 기부하신 분들로부터 던진 질문인 건가요?
  • -네.그부분만일부러굵게적어서질문에방점을찍었어요. 표지를 넘기면 기부해주신 분들의 정보도 들어 있어서 보는 재미도 있지요.(웃음)

[화보 촬영 및 제공 = 승모 킹] 이 옆의 책은 ‘왜 사랑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할까요?’라는 질문이네요 질문이 뭔가 신선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침 기부해주신 분이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이 책을 정말 많이 읽었대요 게다가 기부한 책이 옛 남자친구의 선물이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당황했습니다, (웃음)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책이잖아요.

안에 보시면 중간중간 인터뷰가 끼여있어요

인공위성 SNS를 통해 인터뷰를 공개하는데, 업로드 되지 않는 인터뷰도 있어요. 나름대로의 묘미라고 생각하지만 서점에 오시는 분들은 책은 물론 질문에 얽힌 인터뷰를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넘길 때마다 인터뷰 방식이 불편하지 않을까 고민은 해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점에서요

제 생각에는 오히려 인터뷰를 읽고 싶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 같아요. 다음 인터뷰 내용이 뭘까 궁금해하면서 책 넘기는 재미도 있고(웃음)

[화보 촬영 및 제공 = 승모 킹] 지금까지 받았던 질문 중에 본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 하나만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의 집>이라는 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때요? 당신 집은?”이라는 질문이 들어있어요 기부한 방법도 재미있는데 서점 앞에 몰래 두고 가더라구요. 책 설명을 하자면 본인의 마음상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입니다. 일러스트가 매우 독특하고, 글의 내용도 철학적이었습니다. 본문에마음에는방도있고계단도있고창문도있다라는부분이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마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제마음도안정한상황이라그런지공감도되고그질문자체가큰울림을주기도했습니다.

이른 아침, 편지와 함께 서점 인공위성 문 앞에 놓여 있던 한 권의 책과 질문 10월의 책은 ‘당신은 타인의 시선이 궁금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11월의 책은 ‘우리 잘 걷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에디터님이 생각하시기에 서점 인공위성만의 자신다움이 뭔가요? 그리고 인공위성은 잘 걷고 있나요?

어렵네요.(웃음) 서점 인공위성의 역할이 ‘사람에게 질문을 하게 한다’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과장된 것 같습니다. 질문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자리였으면 했어요. 그 실마리를 잡으려면 남이 나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서점 인공위성의 나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점을 차린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요. 사실 3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잖아요 그동안 잘 걷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1년 중에서도 1분기밖에 안 됐잖아요 하지만그래프로그려보면방문하신분의수라든지책이나질문이기부되는양등을보면점점상승선을그리고있는것같습니다.

요즘에이렇게독립서점이나대안서점들이많아지고있는데오래이어지는경우는많지않을거예요. 어느날생겼는데조용히사라지는경우도많고요. 대한민국에서는 서점이 그렇게 좋은 수익 수단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 서점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은 없나요?

사장님은 적어도 5년은 보자고 합니다. 서점이 완성되기까지 나름대로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점의 완성은 단지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을 뿐만 아니라 맛있는 음료가 진열되었을 뿐만 아니라 질문이 서점에 가득 찬 상태입니다. 5년 동안 질문 서점이나 동네 서점으로 그 기능을 해냈다면 그 이후까지 이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겠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더많은분들이저희서점을알고이런공간이있다는것을알고처음에는호기심만갖고계시겠지만올때마다하나씩알아가는즐거움을느껴주시면저희역할을할수있지않을까싶습니다. 질문 서점답게 걷자!

말하면서 ‘동네 서점의 역할’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책방 인공위성이 동네 책방으로 기능한다는 건 무슨 뜻이죠?

이건 정말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동네 미용실 같은 느낌 있잖아요 동네 미장원에 가면 엄마들이 사랑방처럼 모여 있어서 파마를 하지 않아도 소파에 앉아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거든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서점은 그냥 책을 읽으러 갔어요 사러 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차츰 독립서점에서는 책을 사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싹트게 되었습니다. 그 공간 자체가 친해야 하고, 더 자주 오고 싶고,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고 나서 책도 사고 이렇게 연결돼야 되는데 지금은 그렇게 안되네요.

단순히이공간뿐만아니라서점시장전체를생각할때에디터씨생각에는5년후에는지금보다상황이좋아질까요? 어려워지나요?

저는 사실 에디터로 일하고는 있지만 다른 서점의 MD와 같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웃음) 그냥 이렇게 됐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의 경우는 한정적인 주제에 한해서만 책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공이 인문학이기 때문에 인문학 관련 책이 더 많이 읽히고, 더 많이 팔려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며 삶을 더 풍요롭게,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이 골고루 팔려야 서점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5년 후에는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사진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 에디터 장미란

장미란 에디터님은 언제부터 서점의 인공위성과 함께 하시게 되었죠?

저는 인공위성 오픈을 앞두고 면접 보고 같이 한 케이스입니다 인스타그램에 채용공지를 올렸는데 그 소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평소 독립 서점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서점을 지원했습니다만. 광고 자체가 그런 관심사를 기반으로 올라오잖아요. 그 덕을 봤어요.(웃음)

독립서점 측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아요. 작고 귀엽지만 카페랑은 좀 다른 느낌이라서 책도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 독립출판물이 많습니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독립 서점에 가끔 가곤 했습니다. 또한제친구가독립출판물을직접만들어서더관심이가는점도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점의 인공위성에 오게 되었습니다.
  • 독립 서점을 좋아하는 것과 거기서 일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좀 다르잖아요.
  • – 처음엔 낭만을 갖고 지원했어요. – (웃음) 일을 하니까 확실히 다르네요. 저는 어떻든 실무를 처리하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인터뷰를 하거나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세 가지가 모두 여기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일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서점에서 일하는 게 좋았는데 일할수록 일이 더 재미있더라구요.(웃음)
  • 책읽기, 글쓰기, 인터뷰하기, (물론 좋아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각자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 그것에 대해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웃음) 책은 어렸을 때부터 쭉 봐왔던 게 있어요 어렸을 때 많이 읽은 건 만화책이었어요 만화목민심서, 만화삼국유사 같은 거죠. (웃음)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졌죠.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 좀 외로운 편이었거든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은 적도 있어요. 그런 과정이 이유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책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처음으로 글을 쓴 것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안에있는불이나인간관계에서오는어려움들이안에쌓여가는데어떻게푸는지방법을잘몰라서그걸글로다풀어버렸어요. 홀가분한 기분이었어요. 글은 나에게 좋은 표현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 저는 친구들과 상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터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상담이라는 건 누군가와 마주보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일방적으로들을수도있겠지만뭔가조언을해주거나위로를해주기도합니다. 인터뷰도그사람에대해서더알아가는과정에서그사람에대해서내가관심이있다는것을표현하는거겠죠. 그런 부분에서 인터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전 직장에서 일할 때도 인터뷰하고 싶어서 그 직장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화보 촬영 및 제공 = 승모 킹] 서점 인공위성은 에디터 씨에게 어떤 공간입니까?

두 가지 버전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 버전과 이상적인 버전입니다 현실 버전은 제가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버전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돈을 벌면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는 곳이니까 저로서는 이제껏 배워온 직장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습니다. 이 공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질문을올린분들과인터뷰를하거나독서모임에참여하거나이공간에서다양한일을하고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담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느낀 게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사건처럼 상황을 기억한다기보다 그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인터뷰했던 분들과 대화할 때 그분들의 눈빛, 표정, 말투 이런 것들이에요 인상 깊었던 분은 제가 서점에 와서 처음 책을 고르고 그 과정에 참여해 주신 서현 씨. <그리스인 조르바>를 기부해 주신 분입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고, 1월 독서회 같은 경우에도 포스터를 공인중개사에게 붙였거든요. (웃음) 서로 돕는 관계예요.

그리고 서점에 두 번 넘게 오시는 분들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기억력이별로좋지않은데그분들이오면또왔네요?라고알아보고대화가조금씩이어지는거죠. 그럼 좀 더 앉았다가 떠나기도 하고 책을 펼쳐 보기도 하죠. 그런 게 기억에 남아요 그런 게 저한테는 인상적인 일이었어요

지금인공위성을쏘아올리는역할을하시는입장에서에디터 장미란씨가생각하는질문을해야하는이유는그리고책을읽어야하는이유는무엇일까요?

-곰곰이생각해보면사회는항상옳은답만을강요했거든요. 정답이있다.그답을찾아야한다.수능문제도그렇습니다. 사실 옳은 답이란 없잖아요. 단지 자신만의 답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이게 왜 옳은 답인가. 이것이 옳은 답이 아니었다면 왜가 아닐까? 그럼 이거 안 되나? 이런 질문 결과적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며 옳은 답은 없다는 걸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질문을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해야 한다기보다는 질문을 하면 본인이 보는 시야가 달라질 것이고 인생이 바뀔 것이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질문에대해서책을접하는사람도있지만질문이없는상황에서책에대해서질문을만드는사람도있을수있다고생각하죠. 책은 답을 달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 단서를 주기도 하니까. 질문을 하거나 책을 보면 ‘무엇인가’가 바뀐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화보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에디터 장미란 씨는 어떤 분이세요?

사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저를 보면 어때요? 내가?

(웃음) 이런 질문을 받아본 건 처음인데요? 처음 만났을 때는 이 공간과 어울리는 분이었습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 같았어요. 지금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냉철하신 분 같네요 (웃음)

-제가 추구하는 건 냉철하지만(웃음) 저도 저를 잘 몰라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생각하는 모습이 딱 있었거든요. 확실하고 좋은 길에서의 계획적인 인생입니다. 하지만전혀그렇지않다는것을알고나니자신을정의하기가어려웠습니다. 매순간바뀌기도하고또내생각과내몸이틀릴때도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자기가 어떻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에디터 장미란 씨는 질문을 받는 입장이잖아요. 반대로 에디터님의 입장에서 묻고 싶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던지고 싶은 질문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있지만 가능하면 제가 질문을 던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쏘아올리는 질문은 어쨌든 에디터라는 이름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그것이 일정한 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 그런 질문이 없는지 고민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10년 후 자신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없습니까?

  • 저는 올해 들어서 앞자리가 바뀌었어요. – 네. 10년 뒤면 또 앞자리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감회가 새롭지만 제 자신한테 항상 물어보는 게 ‘너희 늙은이 된 거 아니야?’ 이래요. 아마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 10년 후에는 뭐하고 계실 것 같아요?
  • 모르겠어요 예측할 수 없어요 (웃음) 저는 서른 살 때 이런 일을 할 줄 몰랐고 이런 고민을 갖고 살 줄 몰랐어요. 근데 이렇게 살다 보면 10년 후에는 모르겠죠. 제 미래를 예측하고 싶지 않아요. 요즘은 비전(Vision)이라고 하지만 전 그런 걸 다듬는 게 싫어요. 그냥 하루하루 계획에 충실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화보 촬영 및 제공 = 김예슬 작가] 서점의 인공위성에 대해서 올해 그리고 장기적으로 원하는 게 있나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위성에 와서 자신만의 기억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인공위성은 질문 서점이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받으면 좋을 겁니다. 그것은 정말 형식적인, 서점하면 금방 떠오르는 그런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다만 여기에 인연이 되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고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5년 후에 질문이 많이 쌓여서 이 공간에 책을 빼곡히 꽂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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