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안드레아 팔라우로 #샬롯램프링 #안드레윌름스 #루카아발로네 #장미셸바르세이저
이창동 감독의 시는 보지 않았지만 그 영화와 비슷하다는 벨기에 영화 한나를 봤다. 남편이 수감된 후 혼자 지내는 주인공 한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다. 남편이 수감된 이유나 범죄 사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오로지 빈집에 홀로 남겨진 한나에게 집중하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소였다. 오늘은 넷플릭스 영화 ‘한나’ 리뷰.
- 넷플릭스 영화 ‘한나’ 스포일러 및 결말 포함
영화는 발성 연습을 하는 한나(샬롯 램플링 역)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쇼핑을 하고 남편(안드레 윌름스 역)과 조용히 식사를 하는 한나. 식탁의 불이 꺼지자 남편은 전구를 새로 가져와 불을 갈아 끼우고 식사를 계속한다. 다음날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두 사람. 한나의 남편은 한나에게 자신의 시계를 맡기고 한나는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강아지뿐. 강아지와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나. 모르는 사람이 남편 일로 한나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한나는 입을 다물자. 유일한 취미, 혼잣집을 배우러 가고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한나. 도중에 남편이 수감된 교도소를 방문해 면회를 가기도 한다. 남편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한나 역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굳이 듣지 않고 일상 이야기를 이어가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는 손자의 생일이 되어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네가 좋아했던 케이크 말이야. “만들어 내가 갈게” 손자 생일 당일 수제 케이크를 들고 지하철을 타는 한나. 그곳에서 헤어지는 연인의 싸움을 목격한다. “날 사랑하긴 했어?” 사랑은 이미 식어버렸고 나에게 거짓말만 했어!” 폭주하는 여성의 대사. 그리고 내리는 그녀, 당황한 표정의 한나. 우여곡절 끝에 아들을 만나러 가지만 아들은 “다시는 보지 말고 살아라.”며 한나를 내던지고, 한나는 아픔에 좌절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남편을 면회하러 가는 한나. 남편에게는 손자가 너무 보고 싶어 했다며 자신을 꼭 껴안고 당신에게 이 포옹을 전하라고 하는 등 거짓 만남을 우긴다. 남편은 자기 아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그럴 수 있느냐고 욕하고, 한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다. “언제 또 와?”라고 묻는 남편.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한나.
영화 도중 한나는 연극 연습을 위해 대사를 읽어줄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결혼반지를 돌려주고 아내와 남편의 무게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뜻이 담긴 대사를 나누는 한나. 그리고 연습 중 들려오는 전화벨소리. 한나는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돌아온다. 다음으로 수수께끼의 봉투를 버리는 한나의 모습. 그리고 면회를 가서 말하는 한나. 봉투 찾았다.’ 남편의 범죄와 관련된 어떤 증거를 버렸는지, 무엇인지 영화는 전혀 설명해 주지 않는다. 한나도 봉투 안에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무서울지도 몰라.
홀로 남겨진 외로움, 중압감, 고통, 고통에 서서히 말라가는 한나. 변화가 없는 그 표정은 왠지 죽은 자의 무언가와 닮았다.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키는 한나. 그리고 홀로서기 발표 당일 한나는 대사를 잊고 괴로워한다. 당혹감과 부끄러움으로 물든 표정을 짓는 한나.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는 한나의 모습. 텅 빈 눈동자, 구불구불한 어깨, 바닥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과 함께 지하철 문이 닫혔고 영화 한나도 엔딩.
아주 잔잔한 재질의 영화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뭐랄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영화. 줄거리나 진도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고 그저 한나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왠지 무력해 보이는 그 얼굴, 어두운 분위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관심을 느끼지 않는 그녀의 표정. 유일하게 미소 짓는 순간은 손자 학교에 몰래 찾아가 손자를 바라볼 때뿐.
남편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보다 텅 빈 공간, 가족들로부터도 멀어져 버린, 그리고 남편의 무게 때문에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그녀를 더욱 말라버린 것은 아닐까. 감정이 전혀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 나아가 주인공의 어떤 감정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자 잔인한 부분인 것 같다. 중간에 고래 시체 얘기도 나오는데…숨겨진 의미가 많은 영화인 것 같다.
누군가에겐 너무 힘들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 나는 큰 울림을 느끼며 보지 않았고 그냥 전반적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영화였다. 한나 역을 맡은 샬럿 램플링 배우의 차분한 표정만이 기억에 남는다. 처진 입가, 공허한 눈빛, 움츠리고 처진 그녀의 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