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아버지 부시(전 대통령)는 조깅 도중 갑자기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며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의료진은 비상이 걸려 부시가 심장 부정맥(맥박이 불규칙한 상태)으로 인해 증상을 느낀 것이며 원인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따른 심방세동이었다고 밝혔다.
곧 부시는 베데스다 해군병원으로 이송됐으며 Ross라는 심장내과 전문의에 의해 디곡신(맥박을 느리게 하는 약), 프로케인아마이드(맥박을 규칙적으로 뛰게 하는 약), 쿠마딘(항응고제)을 처방받았다. 약으로 심방세동이 조절되지 않으면 전기충격요법으로 심방세동을 치료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것은 전기충격요법을 위해 마취를 하게 되면 유사시에 대비해 대통령의 임무를 부통령 댄 퀘일에게 임시 이양할 계획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몇 시간의 공백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적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DJ는 지난해 여러 차례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한국적 정서상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사망하기 전까지는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약을 사용해 일시적인 부정맥 호전이 있었으나 다음날 다시 심방세동이 나타나 당초 계획됐던 전기충격요법은 하지 않고 약제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몇 주 전부터 피로가 심해졌고 4kg 정도의 체중 감소가 있었으며 손이 떨려 글씨 쓰기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검진 시 갑상선이 약간 부어 있는 것도 알았다.
부시와 의료진은 갑상선기능항진증(그레이브스병)을 진단한 뒤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약물요법, 수술요법, 방사선요오드요법 등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개 초기 치료로 약물요법을 선호하지만 1~2년 정도 치료해도 40% 정도는 완치되지 않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방사선 요오드 요법은 방사선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30%에서 영구적인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유발될 수 있어서인지 매우 꺼리는 편이다. 부시와 의료진은 결국 방사선 요오드 요법을 선택했고 몇 달 뒤 더 이상 갑상선 호르몬 과분비는 없어졌고 반대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유발돼 평생 갑상선 호르몬(신지로이드)을 먹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사막의 폭풍이라는 이라크 침공작전 직후 역대 대통령으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러나 재선이 당연시됐던 1992년 풋내기나 다름없었던 민주당 클린턴 후보에게 참패했지만 경제 침체와 내정 실패가 주된 원인이었겠지만 한 작가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일부 기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선을 위한 유세 중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도 갑상선 질환과 동반된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내 바바라 부시가 먼저 갑상선기능항진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고 애완견 밀리도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