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기다린 11조원 우주망원경 발사 의미 천문학 역사 새로 쓰다 (2021)

제임스 웹우주망원경(출처: NASA) 준비기간 25년, 제작비 11조원 이상…발사 취소 위기 극복하고 부활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리 시간으로 2021년 12월 25일 밤 발사될 예정이다. 최초 계획은 1996년 시작돼 2007년 발사가 목표였기 때문에 시작 25년 만에 당초 목표보다 14년 늦게 발사되는 셈이다. 2011년에는 심각한 예산 초과로 계획이 취소될 뻔했으나 천문학계, 언론, 일부 의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넘기도 했다. 전체 예산은 약 97억달러로 1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제임스 웹우주망원경은 18개의 육각형 거울로 이뤄진 지름 6.5m의 거울(주경)을 갖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름 2.4m) 거울은 금으로 코팅된 베릴륨으로 만들어졌다. 베릴륨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재료 중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광학계를 조정할 수 있는 126개의 모터도 장착됐다. 그리고 카메라와 분광기로 구성된 4개의 관측 장비로 우주를 관측할 예정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크기 비교 (출처: NASA)

허블우주망원경 지름의 2.7배, 성능은 100배…최강의 우주 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달보다 훨씬 멀리 150만㎞ 떨어진 L2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약 600㎞ 떨어진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리 한번 발사되면 수리나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L2 지점은 5개의 라그랑주점 중 하나로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합쳐져 지구와 같은 각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게 되는 지점이다.

외계 행성 발견에 사용된 케플러 우주망원경, 우주 배경 복사를 관측한 플랑크 우주망원경 등이 L2 지점으로 발사됐다. L2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약 1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최초 임무 수행은 발사 6개월 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5개의 라그랑주점과 L2점의 위치 (출처: NASA)

허블우주망원경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을 주로 관측했는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 파장이 긴 부분과 주로 적외선(파장 0.6~28마이크로미터)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 파장은 지상이나 저궤도에서는 관측하기 어렵다. 지구와 망원경 자체에서도 적외선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망원경 자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없애려면 매우 낮은 온도에서 냉각해야 한다. 그동안 발사된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수명이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로 짧았던 이유는 냉각제 소진 때문이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큰 태양 방패로 햇빛을 막기 위해 최소 5년 이상의 수명을 기대하고 있다.

최초의 별과 은하, 외계행성과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4가지 핵심 목표.

제임스 웹우주망원경은 크게 4가지 핵심 목표를 갖고 있다. 최초의 별과 은하 관측, 은하 형성과 진화 연구, 별과 행성계 형성 연구, 행성계와 생명의 기원 연구이다. 모두 가시광선보다는 적외선이 더 효과적인 연구 주제다.

허블 우주 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관측 파장 (출처: NASA)

최초의 별과 은하는 매우 멀리 있기 때문에 우주 팽창에 의한 적색 이동으로 대부분의 빛이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아주 멀리 있는 은하부터 가까이 있는 은하까지 많은 은하를 관측하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별이 생성된 후 남은 원반과 행성은 온도가 낮고 적외선을 주로 방출하기 때문에 행성에 대한 연구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을 덮는 먼지와 기체를 통과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외부 은하와 외계 행성 (출처: NASA)

외부 은하와 외계 행성 (출처: NASA)

이렇게 높은 성능의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처음이어서 천문학자들은 4가지 핵심 목표 외에도 이전에 관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천문학 역사에서는 새로운 망원경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발견을 이룬 경우가 매우 많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 못지않게 과학 역사에 길이 남을 이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망원경 이름 놓고 논쟁 제임스 웹(James Webb)은 누구인가?

제임스 웹 (James Edwin Webb) (출처: NASA)

제임스 웹(James Edwin Webb)은 1961년부터 1968년까지 NASA 국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아폴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특히 NASA의 주요 임무가 달 탐사뿐만 아니라 과학 연구가 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ASA 국장 재임 전 미국 정부에 있던 1950년(Under Secretary of State당시 Secretary of State는 딘 애치슨) 미국 정부에서 91명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한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제임스 웹 재임 시절 NASA는 인종 통합에 앞서 있는 기관으로 간주됐다는 평가도 있다. NASA는 자체 조사 결과 망원경의 이름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

※ 영화 ‘히든 피겨스’에 잠시 제임스 웹이 등장한다. 영화 첫머리 부분 케네디 대통령의 전화를 받는 NASA 국장이 제임스 웹이다.

이강환(천문학자·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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