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티센터에서 읽은 책
처음 가본 게티센터를 너무 좋아해서 이 벤치에서 책을 읽고 싶었다. 짧은 여행동안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시 가서 읽은 책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를 마쳤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 천문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 그 속에서 과학자인데 어머니일 때 겪는 일, 가르치면서 만난 학생들에게 보낸 따뜻한 편지, 돈이 안 되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학자들만의 순수함이 생사와 시사로 얽힌 에세이집.
눈에는 뭔가가 보인다며 나는 이 책이 덕후의 기록으로 보였다.저자는 자신이 과학잡지 속의 별을 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천문학과를 가서 천문학과의 학부생일 때 순식간에 토성 연구 데이터를 정리하는 사람?이라는 교수의 말에 손을 들었다가 여기까지 흘렀다고 회고했지만(디테일에 약한), 학부시절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소빙기에 대한 보고서를 썼을 것이라는 글을 보고 덕후의 싹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깔때기가 있는데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조선왕조실록이 아닌가 싶다.어떤 사람은 그곳에서 조선시대 예복을 발견하고, 어떤 사람은 건축을 발견하고, 또 어떤 사람은 기상현상을 발견한다. 내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빼면 아마 덕후의 기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요즘 내 깔때기 중 하나야.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미쳤으면 미쳤어, 이걸 그렇게까지 해? 뜻대로 해 온 자들이 어딘가에 도달한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저자도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어 다른사람들이보기에는저게대체뭘까라는생각에즐겁게몰입하는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 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향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끝없이 전파를 흘려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천문학자라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겠지만 실은 천문학자들이 가장 길게 하는 일은 데이터를 하나하나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라고 자신이 하는 연구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구나 제목을 이렇게 고르는구나, 작문 깔때기도 장착하고 있는 나는 생각했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 원년인 1392년부터 철종 때인 1863년까지 470여 년간 국가주도 아래 체계적으로 왕을 넘어 역사 자체에 충성하는 사관들이 남긴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왕이 이런 건 쓰지 말라고 하면 쓰지 말라고 했다는 것까지 기록해 버린 이 지독한 공무원들은 하늘과 자연의 현상도 기록으로 남겼다.덕후가 덕후를 알아보는 그런 느낌 먼저 알죠
내 우주의 이해 친구들이 지금은 내 얼굴도 이름도 잊고 있겠지만, 그 중 누군가가 역사책을 읽거나 사극을 볼 때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주길 바란다. 그 중 누군가가 북두칠성이 나오는 선덕여왕이나 일식을 소재로 한 해를 품은 달 같은 작품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 중 누군가가 멋진 작품을 만들면 꼭 알려달라는 내 부탁을 잊지 않고 자랑스러운 이메일을 보내 주기를 나는 가끔 욕심을 내본다.덕후가 덕후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느낌먼저 아시겠죠?
거의 습관적으로 적은 그 하찮은 축복에 학생은 넘치도록 감사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이 젊은 청춘에 그렇게 싸구려 축복까지 해주는 선생님이 이제껏 없었던 것이 화가 났다. 자네는 잘하고 있고 자네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어 자네가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에 길이 열린다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스무, 스물한 살은 그런 이야기를 듬뿍 들어도 좋을 나이다. 그런 청춘들이 대졸자 딱지 하나를 달기 위해 돈과 젊음을 들여 스스로 대학 안에 틀어박히는 기간, 사회의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기꺼이 갈라 분재로 가꾸어 가는 기간, 제대로 된 대학을 나와 왜 제대로 된 회사에 취직도 못하느냐는 어른들의 질문을 향해 전진하는 그 기간이 나는 너무 아쉽다.학생들의 메일에 대한 대답이 몇 개 있는데, 그 상냥한 말에 대학을 졸업한 지 N0년이 지난 나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다니는 것으로 봐서는 너무 많은 개인적 비용과 시간을 치르는 대학생들, 대학이 그들에게 배운 것보다 배우는 즐거움과 고통을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만의 의견을 갖는 보람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나를찾아받아들이고눈을들고앞으로나가는세상을바라보는법을배우는그즐거움과고통을요. 「우주의 이해」에서도, 「글쓰기의 이해」에서도, 「시민 교육」이나 「전자기학」, 「천체물리학 개론」에서도 가르쳐 주었으면 한다. 꼭 대학을 다녀야 한다면 대학졸업장이라는 한없이 뻔한 문서 하나가 주는 즐거움과 보람을 위해 기꺼이 젊음을 바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으로 가르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다만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자기 아들은 싫어하는데도 따끔하게 학원에 보내 컨설팅해주는 사람은 아니고.
[꺼낸 책 제목]
게티센터 방문기는 이쪽 https://blog.naver.com/swordni/222593127128 미국에 오기 전부터 미국의 양극화가 낳은 부작용을 많이 겪으며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건 양극화 b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