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J-pop으로서의 K-pop

S.E.S. 사례를 철저히 복기해 세워진 것이 보아의 일본 진출 플랜이다.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와의 협업이다. 덕분에 과감한 투자를 통한 프로모션, 현지 히트메이커 프로듀싱 등 기존에 없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다. 여기에 불모지에 가까웠던 퍼포먼스 중심의 솔로 여성 아티스트 장면을 파고들었다는 점도 유효했다. 진출 초기 다소 고전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LISTENTOMY HEART’에 이어 ‘발렌티’와 ‘메리크리’ 등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대형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레전드 가수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보아의 경우 한국 가수의 일본 진출보다는 일본 신인가수 데뷔 느낌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는 한국 것이었지만 그 외의 모든 컨셉과 스타일링, 노래 등은 현지 스태프의 결과물이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국적’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도록 한 전략이 제대로 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이후 진출한 동방신기의 사례와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이들에게 처음으로 오리콘 차트 1위의 영광을 안긴 <퍼플라인>은 유영진이 주도한 결과물이었지만 이전까지 선보인 노래 대부분은 현지 작곡가들에 의한 것이었다. 이처럼 당시의 진출은 지금의 추세와는 확연히 다른 ‘J-POP으로서의 K-POP’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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