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천체물리학자 윤성철) [책 소개] 단 하나의 이론 #1 (우주는

하나의 이론에 약간의 상상과 추론을 더하면 이 세계에 대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p6

만약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리처드 파인먼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유명한 질문이다.그는 원자론을 꼽았다.

21세기 지식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이 책은 각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 이들에게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지적유산에 대해 묻는다.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 현상부터 존재와 삶에 관한 인간 본능과 철학적 이유에 이르기까지 각 저자가 이끄는 7개의 강의는 특정 분야에서 발견된 개념이 이 복잡한 세계를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로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천체물리학자 윤성철 사회학자 노명우 미생물학자 김은빈 신경심리학자 김학진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지식과 정보가 넘쳐 급변하는 이 시대에 그들의 이야기는 길을 잃는 우리에게 하나의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어느 분야부터 읽어도 좋다.관심 있는 부분부터 읽어보자.

저자 소개 책의 날개

순서, 순서, 순서, 번

첫 번째 이야기

천체물리학자 윤성철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 다천체물리학자 윤성철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라는 제목은 저명한 신학자 매튜 폭스가 쓴 글의 제목 ‘신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존재와 변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의 변하지 않는 불변의 존재인 ‘일자 hen, 일자’라는 개념이나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의 공통점은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고 불변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환원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그들의 원리는 이 세계를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부정하게 만든다. 존재와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원자론, 변화를 설명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원자론이다. 날짜나 이데아는 물질세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이지만 원자는 물질에 속한다. 원자론에서는 물질의 변화를 물질로 설명할 수 있고 존재와 변화가 상호 모순될 이유가 없다.

원자는 일정한 궤도를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중 일부가 궤도를 아주 조금 이탈하여 다른 원자와 서로 충돌하여 새로운 사물이 탄생하거나 전에 없던 사건이 발생한다. 이처럼 질서와 변화는 원자운동규칙과 일탈로 설명된다.

세상을 원자의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초자연적인 신이나 세상과 독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자연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다.(p27)

고대 원자론이 말하는 원자와 현대의 원자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원자는 그 종류가 118개에 달하며 각기 다른 원소들의 조합은 천차만별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참고로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도 질량비로 봤을 때 산소 61%, 탄소 23%, 수소 10%, 질소 2.6%, 칼슘 1.4%, 인 1.1%, 기타 마그네슘, 칼륨, 유황, 나트륨, 철 등 90개에 달한다. 원자는 우주 역사의 산물이라는 점도 영원불변의 원자를 가정한 고대인의 생각과 큰 차이를 보인다.

‘팽창하는 우주’ 1929년 에드원 허블이 외부 은하의 후퇴 속도가 거리에 비례한다고 발표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서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에 근거해 우주의 구조를 기술하는 방정식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는 방정식을 풀고 나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우주는 안정된 상태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전자기력은 인력과 척력이 서로 상쇄할 수 있지만 중력의 방향은 항상 비대칭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이고 힘이 비대칭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우주가 안정된 상태에 머물 수 없다. 결국 우주는 한 점에서 무너져야 했다. 이 결론에 당황한 아이슈타인은 중력을 상쇄할 수 있는 항을 방정식에 넣어 우주를 정적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그 유명한 우주 상수였다. 그러나 우주 상수는 당시 과학 지식 내에서 아무런 근거가 없었던 고육지책에 불과했다.(p30)

러시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프리드만과 벨기에 천문학자 조르주 르메트는 1920년대 초중반에 각각 독립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시공간의 시작에 해당하는 특이점에서 우주가 팽창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우주에 시점이 있어야 할 과학적 필연을 찾지 못하면) 이 우주는 단지 우연이 생겼다는 말인가.

케임브리지대 교수였던 프레드 호일도 우주의 존재를 필연으로 삼기 위해 1948년 정상 우주론을 제시한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이하부터 확인해 주기 바란다.

20세기 중반 이후 천문 관측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정상 우주론의 논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첨단 망원경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우주의 과거는 현재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얼어붙은 빛'(p34~37) 빅뱅의 시작점에는 원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빅뱅 우주론이 말하듯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있었다면 온도가 10의 32승K 이상에 달한 만큼 높았을 것이다. 에너지가 충분히 높은 빛은 자발적으로 물질과 반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반물질이란 우리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과 모든 성질이 같지만 전하만이 반대되는 물질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전자의 반물질인 반전자는 전자와 모든 성질이 같지만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물질과 반물질이 충돌하면 다시 빛이 된다.

빛과 물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밝힌 중요한 사실이다. 빛의 기본 단위인 광자 하나의 에너지가 질량이 m인 입자의 정지질량 에너지 E=mc2²의 2배에 이르면 그 광자는 입자와 반입자를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일례로 빛의 온도가 10의 10승 K 이상이면 전자와 반전자 생성이 가능하고, 10의 13승 K 이상이면 양전자와 반양자 생성이 가능하다. 오늘날 지구에서 빛과 물질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빛의 에너지가 입자의 정지 질량 에너지에 비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빅뱅 직후 우주는 빛이 물질과 반물질을 만들어냈고 물질과 반물질은 충돌해 빛이 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있었다. 이때 생성된 물질과 반물질은 주로 쿼크, 전자, 중성미자와 같은 기본 입자였다. 풍선 속 뜨거운 공기가 팽창하면 온도가 내려가듯 우주도 팽창하면서 빛과 물질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빛은 더 이상 물질과 반물질을 생성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전에 생성된 물질과 반물질은 충돌해 빛으로 사라졌다. 이때 만약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다면 우주에는 모든 물질이 사라지고 오직 빛만 남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는 그리 완벽하지 못했다.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대칭성이 무너진 것이다.

빛이 물질과 반물질을 쌍으로 만들어내는 이유는 전하가 저장돼야 하기 때문이다.(빛의 전하량은 0이다.) 하지만 초기 우주에서 둘 사이의 대칭성은 매우 미세하게 갈라지고 빛은 물질을 반물질보다 약 10억분의 1이라는 미세한 차이로 더 많이 만들어냈다.

원물질은 물질과의 충돌로 모두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10억분의 1가량 원물질보다 많이 생성된 물질은 살아남아 별과 은하를 만들었다.물질은 얼어붙은 빛이다.즉 물질은 우주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원자, 역사적 현상'(p38~40) 빅뱅에서 살아남은 물질은 쿼크, 중성미자, 전자 같은 기본 입자, 그리고 아직 정체를 잘 모르는 암흑물질이었다. 우주가 팽창을 지속하면서 온도가 10의 12승 K 이하로 떨어지면 쿼크는 강한 핵력에 의해 굳어져 양성자와 중성자가 되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양성자 일부는 융합해 헬륨의 원자핵을 만든다. 빅뱅 이후 3분이 지나면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제외한 물질은 대부분 전자, 양성자, 그리고 헬륨의 원자핵으로 구성된다.

빅뱅 이후 1억 년이 지나면 별이 탄생한다. 별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리적 과정 중 하나가 바로 핵융합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의 중심부에서는 수소 4개가 결합해 헬륨을 만지는 수소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별 내부에서는 그 진화 단계에 따라 탄소 질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 인 등 다양한 원소들이 생성돼 있다.

별 일부는 죽는 순간 초신성으로 폭발하는데 그 순간에도 격렬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해 철 구리 아연 같은 금속을 만들기도 한다. 초신성으로 폭발한 별의 중심부는 이른바 중성자별이 된다. 중성자 별은 구성 성분의 대부분이 중성자인 별로 질량이 태양의 1.4배에 달하지만 반지름은 10Km에 불과해 그 밀도가 원자핵만큼 높다. 이 중성자성 2개가 충돌하면 내부의 중성자가 방출돼 폭발적인 핵합성을 일으켜 금이나 백금 등과 같이 철보다 무거운 금속과 팔라듐, 이트륨, 우라늄과 같은 희토류 원소를 만들어낸다.

별에서 만들어져 우주로 방출된 원소는 새로운 별의 재료가 된다. 수소와 헬륨만 있던 유아기 우주 시대에서는 생명을 기대할 수 없었다. 태양과 지구는 우주의 나이가 92억 년일 때, 즉 우주가 충분히 성숙한 시점에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약 10억 년 뒤 지구의 미생물이 등장했고 46억 년이 지나 인류가 탄생했다. 인간은 이렇게 별이 남긴 먼지로 만들어진 존재다.

천문학적 관점에서 원자와 인간은 모두 우주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시간의 산물이자 역사적 현상이다. 원자는 인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시스템이다. 중성자와 함께 원자의 기본 핵자인 양성자는 반감기가 10인 34승년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불변 혹은 가변의 법칙'(p40~43) 빅뱅 이후 우주진화의 모든 과정은 물리법칙이 결정해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우주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의 구체적인 성질조차도 시간의 산물임을 빅뱅 이론이 암시한다는 점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인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의 성질은 빅뱅이라는 사건을 통해 결정됐다는 뜻이다.

최소 빅뱅 이후 현재까지 138억 년 동안 물리법칙의 성질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물리법칙이 먼 미래에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다. 최근의 발견에 의하면, 우주의 팽창은 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우주는 진화한다. 그로 내가 존재하는 우리 인간의 몸은 전 우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빅뱅 우주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물리법칙과 물질이 ‘의식’의 가능성까지 품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나 먼 장래에는 우주의 모든 별이 소멸될 것이고 인간 또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공허감을 달래기 위해 역사에 목적론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례가 있다. 생명의 진화를 포함한 전 우주의 역사는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그 정점에 의식이 있다는 식이다. 이런 과도한 의미 부여와 목적론적 사고는 자연질서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그러나 비록 인간이 우주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인간에게서 우연히 나타난 의식의 발현을 우주 역사의 특이점이라고 부르려 한다면 어떨까.P45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