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했던 심장이 안과에 오면 긴장했는데 조금 설렌다. 몇 주간 건강검진을 받았고 특이사항으로는 갑상선 결절과 왼쪽 기슭에 녹내장 의심 소견을 받았다. 우선 인근 안과를 찾았다. 접수를 하고 많은 노인 환자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녹내장이라는 질환이 새삼 크게 느껴진다. 병원에 비치된 안내문 곳곳에 녹내장 수술이라는 단어만 크게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환자의 대화에 섞여 녹내장이라는 워딩이 오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귀가 찡해진다.
이제야 폰을 꺼내 인터넷에 녹내장이라는 3음절을 터치해 본다. 병에 대한 설명을 찾아 읽으면 괜히 덜컹거린다. 그래도 노안에 오는 질환인데 30대인 나는 심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과거가 스쳐간다.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모니터를 봐야 했던 책상 노동자의 지친 눈, 10년 전 한 라식수술, 최근 몇 년간 재미있게 쓴 글쓰기가 독서 등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샅샅이 찾는다. 괜히 회사 탓을 해 보기도 하고 램프만 켜고 독서하던 내 취향 탓을 하기도 한다. 눈이 얼마나 무거운지 안타깝기도 하고 자책해서 내 이름이 불린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내 눈을 촬영한 자료를 알아보는 그 10초 안팎의 시간이 긴 고요함처럼 불안해졌다. ‘젊은 나이에 일찍 왔네요’ 하면 무슨 말로 반응해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지만 ‘녹내장은 아니에요’라는 짧고 간결한 문장이 허공을 채웠다. 이어서 부분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미 제 귀는 듣고 싶은 답을 다 들으셨기 때문에 엉덩이가 벗겨지고 자꾸 일어나고 싶어진다.

기분이 좋아서 오랜만에 스터디 카페 분위기와 다른 곳에서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걱정하실 것 없어요”라는 말을 끝으로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선생님께, 그리고 이 해피엔딩에 대해 하나님께 진심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다.
이름 있는 큰 병원에서 온몸을 구석구석 정밀 검사하고 내 몸을 수치화해 데이터를 만든다. 혹시라도 있을 가능성에 대해 의심해 해당 전문과에서 다시 한번 정밀검사를 받는다. 오진이면 되고 적중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요즘 의학 시스템은 발전하고 인간이 오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이상무라는 허가를 받아 생명 연장에 대한 기쁨을 준다. 그리고 동시에 혹시 몰라도 되는 것까지 미리 걱정하게 만드는 건강염려증까지 함께 부과하는 것은 아닌지 복합적인 감정이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검진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연스러운 장수도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