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연 나연 제주 [다시 제주 3]

쌓인 피로로 숙면을 취했다. 새벽에 일어나 여느 때처럼 글 쓰는 모임에도 참석하며 아침 준비를 했다. 밖을 보니 눈도 비도 오지 않고 바람도 잠잠해졌다. 걷기 좋은 날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짐을 싸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맡길 준비를 해놓고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었다.

문을 나서니 역시 어제와는 다른 날씨였다. 영하 2도였지만 적당한 바람이 불어 덜 추웠다. 아이들과 둘이서 해녀박물관으로 가는 771-1 버스를 타고 제주올레 21코스의 시작점인 스탬프를 찍는 곳으로 갔다. 부산에서 왔다는 센터 직원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걷기 시작했다.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11

한라산에서 화산이 폭발해 이곳 제주 동쪽으로는 화산재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은 땅이 빈약해 농업이 어려워 당근 무 감자 등 작물만 재배하게 됐다고 한다. 이 지역에 해녀들이 많은 것도 생활이 어려워 물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자 지역은 당근이 유명하다

지난해 가을 어린이와 함께 걸었던 14-1코스와 달리 21코스의 하도-청달 올레는 대부분 평지로 이뤄져 있다. 당근과 무밭 사이를 건너 하도에서 종달로 이어지는 바닷가를 걷다 보면 지미봉이라는 오름을 만나게 된다. 고도는 164m의 낮은 오름이지만 경사가 빼어나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가파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3-1

우회로가 있는데 경사진 지미봉을 땀 흘리며 오르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우도와 성산일출봉의 시원한 풍경 때문이다. 오늘은 시야가 꽤 맑았다. 정상에서 삼다수를 조금 나눠 마신 뒤 다시 어지러운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와 종점인 정달바당으로 향했다.

총 11.3km(3~4시간)의 제주도에서 가장 짧은 올레길에 속하는데 우리는 도중에 화장실을 겸한 카페에 들러 핫코코아도 마시고, 하도를 출발한 기준으로 1시간경에 나오는 성방진에서 성벽 길까지 걸으며 약 40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총 5시간 동안 천천히 걸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3354 별방진은 조선 중종 때 우도의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제주 동부지역의 최대 돌인 방어진이라고 한다. 바로 앞에 등대도 있어 풍경이 꽤 볼만하다. 아이들이 가장 즐기는 지점이기도 하다. 걸을 때는 다리가 아프다면서도 거대한 진의 계단은 가볍게 오르내리는 신공을 보여줬다.

사실 올레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 욕심이라 아이는 처음 30분경부터 노상 걷기 힘들다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댄다. 그러면서도 올레파스에 도장 찍는 재미에 내 것도 내가 누른다며 우연히 만난 우리가 인사를 하고 아이를 칭찬하면 투덜대는 것처럼 뿌듯해진다.

패스를 넓혀 가장 긴 구간이 어딘지 찾아 달라며 다음에 도전하자는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내일은 우도에 갈 예정인데 아침 일찍 들어가서 천천히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올 예정이니 내친김에 우도올레길을 걸어볼까 한다. 자주 걸어본다 하지만 길어야 30분? 곧 투덜거릴 것을 예상하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내 인내심이 얼마나 초라하지 않은지를 새삼 느끼기도 한다. 이왕 시작한 김에 끝까지 잘 해내고 싶다는 자신의 욕심과 자식의 사정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낭비를 최소화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느긋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그 욕심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부응하고자 한다. 그 마음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설 때마다 격려를 듬뿍 준비한다. 이번 여행처럼 날씨 같은 돌발상황이 생기면 인색할 때도 있다. 그런 날도 여행의 일부분 그래서 같이 하루치 기록을 남기면서 내일은 조금 더 서로에게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미리 예약해 둔 고사리 ‘장봉불’로 유명한 수산리의 저스트브레드와 콘드리카페, 그리고 서점의 무사와 무사 레코드였다. 가수 여조 씨가 이 마을에 왜 정착했는지 살며시 느껴지는 깨끗한 곳이었다. 서점 근처 수산초등학교가 너무 예뻤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주로10번길 17고사리장봉불은 하나를 사서 아이와 반을 나눠 먹었는데 아이는 반을 못 먹고 나도 하나는 다 못 먹는 것 같았다. 맛있었는데 그랬어 함께 산 무화과 크림치즈 강파뉴와 이탈리안 식빵은 입에 맞았고 미스 캐럿 마프레타 샌드위치는 남아 있어 함께 구입했지만 아직 맛을 보고 있는 상태.

조금 더 담백한 맛을 기대했는데 예상과 달리 한 번쯤 시도해 보는 맛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내에서 먹을 수 없어 근처 콘드리카페에서 차를 주문하며 허락을 받고 걸어다니다 배가 고프다며 아이를 먹였다. 그래도 반밖에 못 먹었다는 것.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10번길 3

한아름 상회가 책방 무사 안으로 들어서면 입간판이 환영된다.

가수 여조님의 책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사 레코드

콘드리카페인 카푸치노도 맛있었고 직접 갈아주는 한라봉주스도 상큼했다. 인근 농장에서 보내준다는 한라봉도 한 상자 주문했고 무사의 서점을 구경하고 붙인 음반 가게도 둘러본 뒤 택시를 불러 집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숙소 사장이 짐만 맡아준 게 아니라 두 번째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줬다.

제주의 숙소 주인은 모두 친절한 것 같아. 얼마 전 금능해변에서도 이런 친절을 받았다. 도시의 매뉴얼에 맞는 서비스를 받고 이런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받으니 이곳이 더 좋아졌다. 마음에 들었던 독채 숙소가 예약이 꽉 차서 급하게 선택한 곳이지만 푹 이틀 묵고 간다.

우도를 걸을 예정인 내일도 다행히 오늘과 날씨가 다르지 않다고 한다.제주 날씨 변화무쌍한 정보는 그림책 테라피스트 동기생 선생님이 알려준 제주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날씨 정보를 자주 이용한다. 우도는 이번이 처음이라 내일도 노연 나영(너와 나) 천천히 제주에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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