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믿을 수 없지만 그렇게 됐다. 99% 확률로 갑상선암 판정을 받고 8월 초 수술을 기다리며 쓰는 기록용 수술일기. 쓸까 하다가 옛말에 ‘병은 알릴수록 낫는다’는 말이 있다니 재밌고 어이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쓴다.
처음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20년 11월.건강검진 예약을 하필이면 예약 며칠 전 최근 제 또래 여성들에게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갑상선 초음파도 추가 검진을 받았다.

이때가 11월이라 사람이 정말 많았고 KMI 광화문에서 받았는데 검진한 지 5주 정도 지나서야 결과를 문자로 받았다.
갑상선 오른쪽에 결절이 있어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 이미 가봉으로 돌아온 상태라 당장 검사를 받을 수는 없고 어머니가 KMI와 통화했는데 크기는 크지 않지만 최대한 빨리 한국에 와서 다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가봉에서 2021년 잊고 있다가 2022년 1월 건강검진을 다시 받고 하나로의료재단에서 받았는데 여기서도 갑상선 초음파를 했는데 당장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하셨다.


결과를 받아보면 고친환경, 석회화, 좋지 않은 모양까지. 암 의심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크기는 0.72cm로 크지 않았다.대부분 3명 중 1개 이상일 경우 암 확률이 높다고 했지만 3명 모두 해당하다니 이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한다.건강검진을 받은 곳에서 세침검사를 받을까 했는데 갑상선 전문병원이 더 정확할 것 같아 선릉역에 땡큐이비인후과를 예약.

땡큐이비인후과 이은정 원장에게 진료를 받았고 초음파 형태를 보자마자 암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날 중증 할인까지 바로 받았다.세침검사는 전혀 아프지 않았고 나눠준 종이에는 전화로도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무조건 와서 들어야 한다고 했다.분위기가 이미 암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설마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만약 검사상 암이라면 어디서 수술을 받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네이버 갑상선포럼이라는 카페에 가입했다.처음에는 2차 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받으려 했지만 암은 첫 수술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학병원에서 받기로 결심했다.인터넷으로 살펴보면 갑상선은 세브란스를 잘한다고 강남과 신촌 중 예약이 빠른 신촌에서 예약을 잡는다.예약을 잡으면서도 결과가 양성이기 때문에 세브란스에 갈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

예약했더니 세브란스 앱으로 바로 나왔어.

검사를 받고 결과에 대해 좀 알아보겠다.갑상선 세침 검사 결과는 베네스다 시스템이라는 분류를 사용하는데 악성 의심 확률에 따라 1단계부터 6단계까지 나뉜다고 한다.1~2단계면 양성으로 단계가 높아질수록 악성일 확률이 높아진다.

결과까지는 8일 정도 걸렸고 검사 결과 들으러 가는 지하철에서 땡큐이비인후과 앱에 알람이 울려 들어가 보니 결과가 이미 나와 있었다.영어라서 당황스러웠지만 곰곰이 살펴보니 ‘카테고리 6m alignant’라는 글자가 보였다.99% 암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어렴풋하고 어지러운 가운데 초조하게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땡큐 진료실에 들어가 원장님이 갑상선 유두암 같다. 말씀하셨고 다행히 크기는 0.72가 아니라 0.66cm이기 때문에 2020년에 받았을 때와 크기의 변화가 없다고 하셨다.미리 결과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침착하게 세브란스 진료를 받고 싶어 요양급여 의뢰서를 요청했다.
접수센터에서 전원에 필요한 서류가 준비되는 동안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이제야 현실로 돌아와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근데 본격적으로 울려고 했는데 서류준비가 돼서 불러 정신이 나가서 제대로 울지 못했어..그렇지.내가 정신을 차려야겠다.갑상선암이.